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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이지. 발걸음을 옮기며 다시 찬찬히 되짚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협박이다. 애초에 마녀라고 해봤자 에드나일 텐데. 빨리 오지 않으면 잡아먹는다니? 할말은 또 뭐고? 무난하게 상상하면 사과와 장난이겠지만 무언가 다른 불안감이 엄습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냥 그때 사과할걸. 아예 싸우지 말걸.
잠시 그날 밤으로 돌아가자면, 시온은 사실 자신이 무고하다고 여겼다. 세르펜스는 언제나와 같이 잠을 자러 그의 방으로 왔다. 그는 세르펜스를 토닥여주기도 하고 이불도 잘 덮어주었다. 여느 때와 같이 평화로운 밤이었다. 다만 딱 하나 다른 점이라면...
그날 세르펜스는 쉬이 잠들지 못했다. 가만가만 세르펜스를 토닥여주던 시온은 어느새 본인이 졸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아암. 하품을 하며 그도 이불 속에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쳤다. 녹빛 눈이 맑게 반짝였다. 졸음기는커녕 꼭 세르펜스 혼자 한낮에 있는 듯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더라. 벌써 일주일 전의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사소한 것으로 싸우면 이래서 문제다. 나중에는 왜 싸웠는지도 모르고 찝찝한 감정만 남겨지고 만다.
"기다리고 있었소."
윈스톤을 찾아 또 한참 길을 헤매야 하나 걱정했건만 병영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우직한 음성을 들으며 시온은 한탄을 금치 못했다. 이 무슨 사대천왕도 아니고. 게다가 제일 먼저 나온 사람이 제일 최약체인 법이다.
자기가 무슨 역할을 맡았는지도 모르고 진지한 윈스톤을 보니 그의 마음이 더 쓰렸다. 어쩔 수 없다. 시온은 윈스톤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목소리를 깔았다. 일견 비장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세르펜스를 어디에 숨겼죠?"
"나를 지나가면 알려주겠소."
"어떻게 하면 보내줄 건데요?"
자앗! 와라! 팔씨름이냐! 끝말잇기냐! 쿵쿵따냐! 시온은 각오를 다졌다. 무슨 시련이 닥쳐도 무사히 통과해서 세르펜스를 구해내고 말 테다!
그러나 윈스톤이 내놓은 관문은 무척이나.
"정원에 핀 노란 꽃의 이름을 아시오?"
무척이나 낭만적이었다.
"주군이 선배가 그 꽃이 예쁘다고 했다 하셨소. 그게 다요."
"...예에?!"
윈스톤이 뒷짐을 지고 다리를 어깨넓이로 벌렸다. 절대로 그냥은 보내주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시온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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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톤 경 대신 꽃의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1. 여러분은 이미 그 꽃을 보셨습니다.
2. 4월에서 5월에 피는 꽃입니다.
3. T로 시작해요.
암호는 꽃의 영어 철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