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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시온은 마녀의 집에 다다랐다. 마녀의 집이라고 해보았자 에드나의 방은 걸어서 5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시온은 짧게 심호흡 하고는 방문을 똑똑 노크했다. 평소 같았으면 "네, 나가요." 같은 대답이라도 들렸을 텐데, 오늘은 묵묵부답이었다. 문이 열리는 짧은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초조해진 나머지 다시 노크하려는 순간, 문이 열렸다.
에드나가 어디서 구했는지 뾰족한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야말로 마녀가 쓸 법한 모자였다.
"으으. 에드나 씨도 뭔가 말하거나, 주거나 해야 합니까?"
"아하하... 상당히 시달렸나 봐요?"
"힘든 여정이었죠."
다행히도 에드나는 무언가 더 요구하는 대신 얌전히 시온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방으로 들어온 시온은 곧바로 세모눈을 뜨고 안을 살폈다. 어디냐! 세르펜스는 어디야! 그러나 아무리 고개를 돌려도 세르펜스의 세조차 보이지 않았다. 머리카락 한 올 눈에 띄지 않는 방이 서글프기까지 했다. 그러고 보면 마녀가 안다고 했지 여기에 있다고는 하지 않았던가. 머리를 감싸쥐자 에드나가 등을 토닥여주었다.
시온은 그 손길에 괜히 더 서운함을 느꼈다.
"에드나 씨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고용주님이 왜 화가 나셨는지요?"
"네... 그 동화 들으셨죠. 뭐가 문제인 거 같아요?"
에드나는 시온과 마찬가지로 보호자였다. 그보다 더 오래 애를 돌본 에드나라면 알지 않을까. 희망을 가졌다. 에드나가 모자를 벗었다.
"사실 꽤 간단해요."
"간단하다고요?"
왜 간단하지? 그렇다면 그 간단한 문제를 나만 모른단 말이야? 여기에 와서 이렇게까지 멍청이가 된 적은 없었는데. 에드나는 시온이 더 삽질하기 전에 서둘러 말을 이었다.
"그 동화에서 고양이가 여행을 떠난 이유는 친구가 말한 과자집을 찾기 위해서잖아요?"
"그렇죠."
"하지만 결국 고양이가 그 친구를 만나지는 못했죠. 아마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게 아닐까요?"
아.
아아.
아아아!
겨우 마주한 진실은 정말로 간단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르펜스다. 아마도 세르펜스에게 있어서 고양이의 첫 친구는 시온 자신이었을 테다. 세르펜스에게 그 동화는... 시온을 만나지 못한다는 부분에서 이미 배드엔딩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자기 전에 들려주는 동화치고는 너무 슬펐다. 그런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가슴이 콱 조였다. 에드나가 옅게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시온은 완전히 울적해졌다.
"감사합니다."
"뭘요.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에요."
"다들 저희 때문에 고생하셨습니다."
"알면 얼른 가보지 그래요?"
기다리고 있어요.
그곳에서.
자색 눈이 신비롭게 둥그러졌다. 지금 이 순간 에드나는 정말로 과자집에 나오는 마녀 같았다. 하긴. 모자 따위 쓰지 않아도 그는 이미 마법사였다. 시온은 마녀가 제게 걸어준 용기의 마법에 허탈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힘을 내야지.
질리도록 걸은 복도가 오늘은 다르게 보였다. 눈 감고도 길을 찾겠다 자신했는데도 불구하고 길을 헤맬 것만 같았다. 늘 이런 식이었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보일 때. 시온은 두고온 그의 고양이를 찾으러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세르펜스를 위한 동화의 후속편이었다. 끝내 고양이는 첫 친구를 만나지 못했으나 상관 없었다. 마녀와, 새로 사귄 친구들과 함께 찾으러 와달라 편지를 보냈으니까. 편지를 받은 첫 친구는 고양이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지나갔다.
우직한 기사와 엘프를 만나고.
마녀에게 고양이가 있는 곳을 들었다.
똑똑.
시온은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세르펜스. 만나러 왔어요."
이어서 시온은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그렇게 두고 가서 미안해요."
스윽. 문틈 아래로 무언가가 빼꼼 튀어나왔다. 이것도 집무실에 있던 것과 같은 종이였다. 시온은 조심스럽게 종이를 집었다.
'...뭐야?'
모스부호?

"아니.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난이도가 너무 확 오르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물어도 목소리는 들려주지 않는다. 아무래도 여기까지는 풀어야 보내주려나 보다. 시온은 이마를 탁 짚었다. 지구였다면 모스부호 번역기라도 검색할 텐데. 가나안에 그런 게 있을 리는 없고.
어쩔 수 없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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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자로 띄어쓰기는 신경쓰지 마세요.
